
국내 목재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목재의 약 85%가 여전히 ‘톤(무게)’ 단위로 거래되고 있으며, 체적(㎥) 기준으로 거래되는 목재는 15%에 불과하다. 이는 목재가 산업재가 아닌 단순 원료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활엽수의 제재 이용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시장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현재 국내 목재 유통 구조는 산지에서 생산된 원목이 목상을 거쳐 곧바로 공장(칩 가공시설)을로 납품되는 방식으로 고착돼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재가 가능한 원목조차 선별되지 못하고 그대로 파쇄되며, 보드·펄프·에너지용 원료로 소비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국 국내 목재산업은 ‘톤 단위 시장’에 맞춰진 저부가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제재와 건조를 거쳐 건축자재로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이용 구조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선진 기술로 충분히 활용가능한 소나무 원목조차 선별 과정 없이 칩으로 가공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체계의 부재 때문이다. 제재를 통해 구조재나 내장재로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 펄프나 에너지로 소비되면서 부가가치가 크게 감소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 기반도 함께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목재자원공사 설립이 해법…탄소중립과 산업화를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명확하다. 산지에서 생산된 원목을 체계적으로 수집·선별·보관하고, 용도에 맞게 공급하는 ‘지역목재자원공사’와 같은 공공적 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제재용 원목과 칩용 원목이 명확히 구분되고, 규격화된 원목 공급을 통해 제재 수율과 품질이 향상된다. 공사주변에 제재소와 건조시설, 공학목재 생산시설 등이 집적된 목재가공 클러스터 형성도 기대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탄소중립 측면이다. 현재와 같이 목재를 단기 소비되는 연료나 펄프용으로 사용하는 구조는 탄소를 빠르게 배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제재와 건조를 거쳐 건축자재로 활용될 경우 목재는 수십 년 이상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지금의 구조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자원을 스스로 소각하는 구조’에 가깝다. 이는 명백히 반탄소중립적인 구조이며, 정책적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라 ‘이용 구조의 혁신’으로 이동해야 한다. 지역목재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급체계 개편과 제재·건조 인프라 투자 확대, 자원화 지원 정책이 동시에 추진될 때 비로소 국산목재는 산업으로서의 기반을 갖추게 된다. 자원의 소비에서 저장으로 전환, 톤산업에서 체적·가치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출처: 한국목재신문 https://www.wood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324